편의점 음료 코너를 둘러보면 이제 ‘ZERO’라는 글자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제로 탄산음료부터 제로 아이스크림, 저칼로리 소스와 간식까지 등장하면서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 하나의 소비 트렌드가 됐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피하려고 하는 ‘칼로리’가 정확히 무엇인지 설명하려면 조금 막막합니다.
칼로리는 도대체 무엇이고 왜 음식마다 숫자가 다른 걸까요?

칼로리는 살찌는 물질의 이름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칼로리를 지방이나 설탕처럼 음식 속에 들어 있는 특정 성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칼로리는 물질의 이름이 아니라 에너지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쉽게 말해 자동차가 움직이려면 연료가 필요하듯 우리 몸도 움직이고 생명을 유지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그 에너지를 음식에서 얻습니다.
식품 포장지에 적혀 있는 300kcal, 500kcal 같은 숫자는 그 음식을 통해 우리 몸이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칼로리’라고 부르는 식품의 열량은 실제로는 대부분 킬로칼로리(kcal)를 의미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칼로리를 사용한다
그렇다면 운동을 하지 않는 날에는 에너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어도 심장은 계속 뛰고 있습니다.
폐는 호흡하고 뇌는 활동하며 체온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이처럼 생명을 유지하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기초대사량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걷기, 집안일, 출퇴근, 운동 같은 신체활동과 음식을 소화하고 흡수하는 과정에서도 에너지가 사용됩니다.
즉 사람은 하루 종일 끊임없이 칼로리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음식의 칼로리는 어디에서 나올까?
음식에서 에너지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영양소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입니다.
일반적으로 탄수화물은 1g당 약 4kcal, 단백질도 1g당 약 4kcal의 에너지를 냅니다.
반면 지방은 1g당 약 9kcal로 같은 무게라면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에너지를 제공합니다.
술에 들어 있는 알코올도 1g당 약 7kcal의 에너지를 냅니다.
그래서 같은 양의 음식처럼 보여도 어떤 영양소가 얼마나 들어 있느냐에 따라 전체 칼로리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먹은 칼로리는 몸에서 어떻게 사용될까?
음식을 먹으면 소화와 흡수 과정을 거쳐 우리 몸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뀝니다.
이렇게 얻은 에너지는 심장을 뛰게 하고 체온을 유지하며 뇌를 움직이고 근육을 사용하는 데 쓰입니다.
그런데 섭취한 에너지가 사용한 에너지보다 지속적으로 많다면 어떻게 될까요?
남은 에너지는 몸에 저장될 수 있으며, 장기간 이러한 상태가 이어지면 체중 증가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섭취하는 에너지보다 사용하는 에너지가 많아지면 몸에 저장된 에너지를 사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체중 관리에서 에너지 섭취와 소비의 균형이 중요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로 칼로리’는 정말 0kcal일까?
여기서 궁금한 것이 생깁니다.
‘제로’라고 적혀 있다면 정말 칼로리가 단 1kcal도 없는 것일까요?
반드시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식품 표시에서는 국가의 표시 기준에 따라 일정 기준 이하의 열량을 ‘0kcal’ 등으로 표시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제품 앞면의 ‘제로’라는 문구만 보는 것보다 영양정보와 1회 제공량, 원재료 등을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좋습니다.
제로 음료가 단맛을 낼 수 있는 것도 설탕 대신 매우 적은 양으로 강한 단맛을 내거나 체내에서 제공하는 에너지가 적은 감미료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칼로리가 낮으면 무조건 건강한 음식일까?
여기서 또 하나의 오해가 있습니다.
‘저칼로리 = 무조건 건강식’은 아닙니다.
우리 몸에는 에너지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과 함께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 등 다양한 영양소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300kcal의 음식이라도 단백질과 채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식사와 영양소 구성이 편중된 간식은 몸에 제공하는 영양학적 가치가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숫자 하나만 보고 음식을 판단하기보다는 어떤 음식으로 칼로리를 섭취하고 있는가도 중요합니다.
칼로리는 나쁜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연료’
최근에는 다이어트와 건강 관리 때문에 칼로리를 무조건 피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칼로리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숨을 쉬고 생각하고 걷고 일하고 운동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생명 활동의 에너지입니다.
문제는 칼로리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활동량과 필요량보다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장기간 섭취하는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조건 제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적절한 영양소를 통해 섭취하는 것입니다.
다음에 식품 포장지에서 ‘100kcal’라는 숫자를 본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칼로리는 살찌는 성분의 이름이 아니라, 이 음식이 내 몸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