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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황자화통’…지뢰 찾다가 발견된 우리나라 최고(最古) 화약무기

by 도채진daddy 2026. 9. 21.

무려 6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화약무기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황자화통(黃字火筒)’​입니다.

전남 나주 금성산에서 발견된 이 유물은 조사 결과 현재까지 확인된 우리나라 화약무기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유물로 밝혀졌습니다.더욱 놀라운 것은 발견 과정입니다. 문화재를 찾기 위한 발굴조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군이 지뢰를 탐지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됐습니다.

 

 

AI생성이미지

 

지뢰 탐지하다 발견된 의문의 쇳덩이

황자화통이 처음 발견된 것은 2023년 11월입니다.

전남 나주 금성산의 미확인 지뢰지대에서 등산로 공사를 앞두고 지뢰 탐지를 진행하던 중 땅속에서 금속 유물이 발견됐습니다.

처음에는 오래된 녹슨 금속처럼 보일 수 있었지만, 이후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가 약 3년에 걸쳐 과학적 분석과 전문가 자문 등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이 물체가 과거 실제 사용됐던 소형 화약무기 ‘황자화통’​이라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길이 23.75cm…개인이 들고 사용했던 화약무기

황자화통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거대한 대포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크기는 길이 23.75cm, 구경 1.66cm, 무게 1,032g 정도입니다.

약 1kg 정도의 무게이기 때문에 개인이 휴대하면서 사용할 수 있었던 소형 화기였습니다.

화통은 내부에 화약을 넣고 폭발력을 이용해 화살이나 탄알 등의 발사체를 쏘는 무기입니다.

활이 주요 무기였던 시대에 사거리와 파괴력을 높여주는 새로운 형태의 무기였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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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체에 새겨진 28자가 결정적인 단서

이번 발견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황자화통에 새겨져 있던 글자입니다.

몸체에는 모두 28자의 음각 명문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단순히 오래된 무기라는 사실을 넘어 제작 시기와 무기의 이름, 무게, 제작을 감독한 사람과 장인까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명문을 풀이하면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정사년 12월에 황자화통을 만들었다. 무게는 1근 14량이다. 감독자는 녹사 안휴보이고 장인은 석이다.”

수백 년 전 만들어진 무기에 일종의 ‘제작 기록’이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1377년일까, 1437년일까?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정확한 제작 연도입니다.

황자화통에는 ‘정사년(丁巳年)’​이라는 기록이 있는데 연구진은 역사적 기록과 화약무기 발달 과정을 종합해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1377년(고려 우왕 3년) 또는 1437년(조선 세종 19년)​입니다.

1377년은 최무선의 건의로 화약과 화약무기를 담당하는 화통도감이 설치돼 국가 차원의 화약무기 생산이 시작된 중요한 시기입니다. 1437년 역시 세종 시대에 화약무기 개량이 활발하게 진행되던 시기입니다.

현재 자료만으로는 둘 중 어느 해에 제작됐는지 확정하기 어렵지만, 어느 경우라도 국내에서 발견된 화약무기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유물이라는 게 연구소의 설명입니다.

 

 

청동 성분에서도 옛 제작 방식 흔적 확인

과학적인 성분 분석도 진행됐습니다.

황자화통은 구리·주석·납을 주성분으로 하는 청동 주조품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주석 함량을 조절해 화약이 폭발할 때 무기가 쉽게 깨지지 않도록 강도와 연성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또한 황·규소·은 등의 불순물이 발견됐는데, 연구진은 이러한 특징 역시 근래에 제작된 물건이 아니라 전통적인 청동 주조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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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화약무기 역사를 다시 볼 중요한 유물

이번 발견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동안 제작 연대가 확인된 국내 화포 유물 가운데 이른 사례로 알려진 것은 1555년 제작된 천자총통이었습니다.

하지만 황자화통의 제작 시기가 1377년 또는 1437년으로 확인될 경우 실물 화약무기의 역사를 100년 이상 앞선 시기까지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됩니다.

단순히 오래된 무기 하나를 발견한 것이 아니라 고려 말에서 조선 초 우리나라의 화약무기 기술과 국가의 무기 생산체계를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가 발견된 것입니다.

 

9월 23일부터 일반 공개

직접 황자화통을 볼 기회도 생깁니다.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는 2026년 9월 23일부터 11월 22일까지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발견 유물 속보전을 열고 황자화통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향후 보물 지정 절차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지뢰를 찾던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 작은 금속 유물 하나가 수백 년 전 우리나라의 무기 기술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돌아왔습니다.

과연 황자화통이 1377년 고려시대의 무기인지, 아니면 1437년 세종시대의 무기인지 앞으로의 추가 연구 결과도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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